• [칼럼- 김형태] 정부 전자조달시스템(eaT)이 급식비리의 주범
  • 입력날짜 2016-10-26 18: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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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질적인 학교급식 구매과정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정책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 제8대 교육의원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식중독 사고와 급식 비리로, 학교급식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급기야 급식 비리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긴급 제안대회까지 열렸다. 친환경학 교급식경기도 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이형남 교육급식과장은 최근 발생한 급식비리에 대해 사과한 뒤, “학교급식의 목적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면서, “급식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eaT(전자조달시스템)을 전면 의무화하는 등 부패에 취약한 곳 위주로 감사를 강화하고, 관련 단체들과의 ‘투명사회협약체결’ 등 자정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고, 경기도 영양교사회 김윤실 회장은 “경기도에서도 3명 정도가 급식 비리에 연루되어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한 뒤, “학교급식 공급업체에 대한 자질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농·축·수산·가공식품의 학교 납품 경로가 다양하고 복잡하여 학교에서는 행정비용 증가와 업무가중의 문제가 있기에 ‘공동구매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친환경 학교급식경기도 운동본부 구희현 대표는 “제한적 최저가격 입찰제는 로또”라고 운을 뗀 뒤, “제한적 최저가 입찰 방식은 입찰 금액대를 15단계로 나누고, 업체당 2곳의 금액대에 투찰할 수 있도록 하고, 투찰이 가장 많은 금액 대에 투찰한 업체 중 최저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받는 식”이라면서 “위장·유령업체 난립, 입찰 담합 비리 등 비리 발생 가능성이 크다. 제한적 최저가격 입찰제가 바로 학교급식 비리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eaT(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수없이 벌어진 유령업체 난립, 입찰담합 비리가 바로 eaT와 같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전자입찰방식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정부가 eaT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면서 수수료만 챙기고 있다. 지자체가 무상급식 예산을 어렵게 마련해서 아이들 학교급식을 개선하는 동안 어떤 예산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 급식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eaT는 업체정보, 가격정보, 학교 식단정보 등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급식 비리를 막을 수 있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학교급식 지원센터 등 공공조달시스템이 대안

식재료 납품업체 A 대표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학교급식이 비리의 온상이 되어 마음 아프다”며 “학교 급식은 이제 공동구매 추진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구매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구매를 하면, 강화된 품질기준을 적용할 수 있고, 식재료 구입비의 30%에 해당하는 가공식품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영양(교)사의 식재료 구매업무도 경감된다”고 덧붙였다.

식재료 납품업체 B 대표는 “대표적인 공동구매 방식으로 교육지원청 단위 협상에 의한 공동구매 방식(경기도 방식)과 입찰사업자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구매 방식(부산시 방식)이 있다”며 "경기도 방식은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통해 적격업체를 정할 수 있고, 품목제조보고서 등 각종 인증서류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매절차가 복잡하고 장시간 소요된다는 점과 소규모업체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부산시 방식은 유통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검수 시 분쟁이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협동조합 등 입찰 관련 업체 대표성 확보 및 중재 협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만약 공동구매방식을 서울 학교급식에 적용할 경우 연간 100억 정도의 급식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의 실무역할을 하는 영양(교)사들은 “학교는 수수료를 내고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계약하지만 한 사람의 사업자가 여러 사업장을 내어 운영하고 부정당업체가 되어도 사업자만 바꾸어 다시 학교에 납품하는 사례 빈번하다”며 “학교급식에 부정당업체가 들어오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납품업체 점검 및 운영사항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구매 조달할 때 5천만 원 초과 시 최저낙찰률 적용하는데, 대부분 품목은 5천만 원을 초과하지 않지만, 공산품은 2식 이상과 학생규모가 2,500명 이상일 경우 5천만 원을 초과한다”며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반 공산품, 냉장, 냉동품 등 5천만 원이 초과하지 않도록 공산품을 세분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이렇듯이 급식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eaT 확대 추진이 식재료 계약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1년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가 전북지역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eaT(전자조달시스템)의 문제점으로 영양교사 86%가 부실 업체 참여 문제를, 72%가 업체 간 경쟁심화에 의한 저질 식재료 이용 가능성을, 62%가 식재료의 불안정한 제공을 지적하였으며, 54%가 식재료 안전성 확보가 불가하다고 응답했다. 2011년 이후에도 급식 관련 시민단체들은 줄곧 eaT의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왔다.

“입찰 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사기를 칠 수 있는 구조이고, 정부가 권장하는 eaT는 업체와 학교를 연결해주는 복덕방에 불과하다”며 “현재 입찰시스템은 비대면에 근거하여 권장하고 있지만, 그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박인숙 상임대표 말처럼, 이제는 공공조달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전국의 6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라는 공적인 조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급식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개선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eaT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급식 비리를 양산하자는 것이고 농수산식품 공사에 업체들을 줄 세우는 것”이라는 배옥병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 말마따나 바람직한 대안은 식재료의 공공조달시스템으로 가는 것이다.

먹거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정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공공 급식지원 총괄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고, 학교급식 예산의 50%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김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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