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칼럼]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겁내지 마요!
  • 입력날짜 2016-10-11 15: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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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00일 즈음하여 ‘세월호 광장’을 찾은 ㅅ초 4학년 아이들
“저도 세월호 광장 다녀왔어요!”, “세월호 분향소에서 향도 피우고 묵념도 했어요!”, “저희가 정성껏 쓴 시와 편지들도 전달했어요!”, “저희도 특별법 만드는 것에 서명했어요!”

지난 10월 1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00일이었다. 바자회를 열어 모은 성금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는 서울 ㅅ초 이야기를 듣고, 초등학생들은 세월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학교를 직접 찾아가 보았다. 4학년 2반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투어 이야기하기 바빴다.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바자회를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최여울 어린이는 “사회과목 경제단원 공부하면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을 체험하자는 뜻에서 학급회의를 통해 알뜰시장을 열었어요.”라고 입을 뗀 뒤, “저는 생일선물로 받은 책과 초콜릿 등을 내놓았고, 현서는 딱지와 연필 등을, 승현이는 젤리를, 정원이는 필통과 컬러비즈를 내놓았고. 그렇게 모인 수익금에 저와 채영이는 용돈 5천 원을 보탰고, 또 누군가 3천 원 보탰고, 담임 선생님도 2만 원 정도 보태서, 거의 10만 원 가까운 돈이 모였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선물로 받았다는 브리우니 인형을 서슴없이 바자회에 내놓았다는 표희현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짠했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남리연 어린이는 “바자회 열어 모은 돈을 어떻게 쓸까 저희도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저희가 9월 8일 직접 가서 마음을 전달하고 왔어요.”라고 설명했다. ㅅ초 4학년 2반 아이들은 정성껏 쓴 시와 편지들도 전달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세월호 희생자 및 가족들에게 쓴 편지

세월호 침몰 사건. 그때 해경과 정부가 대처만 잘하고 골든타임만 놓치지 않았더라도 몇백 명의 목숨을 앗기진 않았을 텐데... 지금 일부가 들통났는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저도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도와 드릴게요. 아름다운 별과 나비가 된 언니·오빠들 꼭 진실이 밝혀지길 빌게요. 겁내지 마요!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 허희령 올림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망한 상태로 돌아오니 너무 억울하고 슬플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을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언니·오빠들! 하늘에서도 힘! 힘내요!! 제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게요. - 우정원 올림

저도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저도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것처럼 부모님들도 사망한 딸, 아들이 보고 싶으시죠? 그리고 세월호는 일본에서 15년을 쓴 배를 싸게 사들여 와서 페인트로 칠하고 고장 난 곳은 대충 고쳤기 때문에 부서져서 언니오빠들이 사망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도 다른 비밀이 있을 거예요. 그 비밀을 꼭! 꼭! 알아내기 바랍니다. 파이팅! - 최여울 올림

여러 편지 중에서 강민서 어린이가 쓴 편지와 표희현 어린이가 쓴 편지가 심금을 울렸다. 민서 어린이는 단원고 담비 언니에게 편지를 썼다. “언니의 꿈은 변호사라 했지요. 살아서 돌아왔으면 억울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변호사가 되었을 텐데. 하지만 언니는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언니의 희생적인 모습에 감동했어요. 저는 제 동생한테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라고 적었고, 희현 어린이는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희생한 선생님들께 편지를 썼는데,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자들을 구할 생각을 하셨나요? 저도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살리는 꿈을 꾸고 있어요.”라고 적었다. 이 밖에도 김주은 어린이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고, 이채영 어린이는 “언니·오빠들의 부모님은 지금 슬프게 울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도 많이 슬퍼요 어서 세월호를 꺼내야 할 텐데. 제 친구들도 다 응원하고 잊지 않을 게요”라고 적었다.

영원히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세월호 광장 다녀와 무엇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배민준 어린이는 “아직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고, 남리연 어린이는 “세월호 문제를 무겁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아직 기대와 희망을 품고 애쓰는 유가족들과 응원하는 분들을 보고 너무 안쓰러웠어요”라고 했다. 또한, 강준성 어린이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합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라고. 세월호의 진실이 영영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고, 허희령 어린이는 “세월호 그때 당시 있었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했고, 이채영 어린이를 비롯하여 많은 어린이가 한목소리로 “영원히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의 방문을 받은 유가족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렇게 어린 초등학생들이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기쁘고 특별하다고 했다. 특히 눈물 흘리며 읽었다는 준영 엄마(임영애 씨)는 “마치 아들에게 받은 편지 같아 힘이 솟고 고맙다”며 울컥했다. 또한 “아이들의 예쁜 마음과 행동을 보면서 미안한 생각도 든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 우리들의 희망인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엄마이지만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꽃다운 아이들이 고통스럽게 가라앉았던 그 날 이후, 대한민국에 바뀐 것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서울 ㅅ초 4학년 아이들의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없이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이들도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어른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이미 우리의 슬프고 뼈아픈 역사가 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충격과 슬픔과 분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처음부터 회사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안전은 뒷전이었고(돈을 우선시하는 황금만능주의),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더 큰 참사를 빚었고(일부 승무원들의 무책임), 신속하게 대응하여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음에도 황금시간을 놓쳐버렸고(해경 등 무능한 구조시스템), 진정성 있게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함에도 상처를 주고 분노하게 만들었고(정부와 정치권의 한심하고 답답한 모습).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벌거벗은 대한민국’,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목격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순과 민낯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제라도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고,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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