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욱 칼럼] GMO가 뭐지?
  • 입력날짜 2016-08-16 09: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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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GMO에 대한 얘기를 세 번째 하고 있다.

이 글을 싣는 사이에 대부분의 시민은 GMO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확인을 해 봤다.
GMO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바이오 안전성 정보센터에서 최근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 66%가 GMO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 80% 이상이 표시제를 강화하여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GMO의 주요수입국인 일본, 대만과 중국, 그리고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의 의식조사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절반 이상이 GMO에 대해 알고 있고 GMO 표시를 확대해서 내가 사는 식품이 GMO인지 아닌지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대부분의 사람이 GMO에 대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저런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GMO에 관해 물어보면 들어본 적은 있는데 잘 모른다고 한다.

잘 모르지만 좋은 것으로 기억되지는 않는 정도? 그래서 GMO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면 다들 부정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혹시 GMO에 대해 이런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확인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쑥을 약초라고 여기며 달여먹기도 하고 뜸을 뜨기도 했다. 그런데 이 쑥은 생존력이 무척 강해서 농촌의 밭 두둑이나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려도 잘 안 죽는다. 죽는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제일 먼저 살아난다. 이렇게 생존력이 강해서 약초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약초라도 제초제를 한번 흠뻑 뒤집어썼던 쑥을 채취해서 약으로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시 살아나긴 했지만, 제초제를 한번 맞았으니까 쑥에는 제초제 성분이 잔류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서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GMO는 콩, 옥수수, 카놀라, 면화, 감자, 알팔파, 사탕무의 7가지이다. 이 중에서 콩과 옥수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콩과 옥수수는 사료와 식용유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콩과 옥수수는 제초제 내성(저항성) GMO이다. 즉 제초제를 맞아도 죽지 않은 유전자가 이식된 콩이나 옥수수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제초제 저항성 콩과 옥수수를 처음 개발한 회사는 미국의 몬산토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본래 화학기업으로 유명했던 회사이다. 아마도 50대 중반 이상 되신 분들은 미국이 월남전에서 월남의 밀림을 말려 죽이기 위해 고엽제를 공중살포했다는 얘기를 들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때 고엽제를 살포하는 작전을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했는데 이 고엽제에는 엄청난 양의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어서 월남땅 전체가 황폐해졌을 뿐만 아니라 땅과 식수가 오염되어 신생아의 사산과 기형아가 많이 태어났다. 월남전이 끝난 후 몬산토는 새로운 제초제를 개발하였는데 그 이름이 ‘라운드 업(소탕, 싹쓸이 라는 뜻)’이다. 이 제초제를 잡초와 싸워야 하는 농민들에게 팔았고 농민들은 질통이나 펌프에 연결된 농약대를 들고 작물 사이를 옮겨 다니며 라운드 업을 뿌린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 라운드 업 찌꺼기를 재처리하기 위해 모아놓은 웅덩이에서 살아남은 미생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콩과 옥수수에 이식하여 만든 것이 라운드 업 레디(라운드 업에 준비된) 콩과 옥수수이다.

라운드 업 레디 콩을 심고 라운드 업 제초제를 공중살포하면 잡초들은 다 죽고 라운드 업 레디 콩만 살아남는다. 얼마나 편한 농사인가? 비옷을 입고 마스크를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랑 사이나 두둑을 돌아다니며 제초제를 치던 농업에서 광활한 벌판에 콩종자를 기계로 심어놓고 무인비행기에 제초제를 싣고 가 버튼만 누르면 제초제가 뿌려지고 필요한 콩만 남고 잡초는 다 죽으니
.
그런데 이 콩에는 라운드 업이라는 제초제의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남아있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2군 발암물질이다.

이렇게 라운드 업이라는 제초제를 뒤집어쓴,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남아있는 콩과 옥수수를 우리는 해마다 천만톤이 넘게 수입해서 사료로, 식용유로,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마치 제초제를 뒤집어쓴 쑥을 매일 달여 먹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로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를 먹고 있다.

그런데 라운드 업 레디를 심고 있는 밭에서 라운드 업을 뿌려도 죽지 않는 풀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걸 슈퍼 잡초라고 하는데 이 잡초의 유전자를 넣은 또 다른 ‘유전자조작(GMO)'을 하지 않을까? 더 센 제초제를 개발하지 않을까?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전자조작 작물이 심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을 잘 피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유전자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품에 도무지 표시하지 않으니 이걸 피할 방법이 있나? 확실한 방법 하나는 시중에 판매되는 콩기름, 옥수수유, 카놀라유는 모두 유전자조작원료로 만들었으니 그걸 피하면 된다. 그럼 뭘 먹느냐고? ‘엑스트라 버진’이라고 쓴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그리고 생협에서 파는 현미유나 유채유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차코주라고 있는데 이 주의 농지 90%에서 라운드 업 레디 콩이 생산된다. 오랫동안 라운드 업을 뿌려대서 땅과 물이 다 오염되었다. 그래서 이 주에만 유독 사산, 피부병, 암 사망자 증가 등 주민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옆의 사진은 그렇게 라운드 업의 피해를 본 아르헨티나 차코주의 여자아이다. 이 아이를 생각해서, 세계 곳곳에서 뿌려지는 라운드 업의 피해자들을 생각해서 우리는 가능하면 GMO 콩과 옥수수를 피해야 한다.
하루빨리 GMO 완전 표시제가 되어야 한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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