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학 칼럼] 통풍, “급성 질환으로만 생각하면 큰코다쳐”
  • 입력날짜 2022-01-25 15: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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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하여 ‘통풍’
조동후 영등포병원 내과 2 과장
조동후 영등포병원 내과 2 과장
통풍은 과거에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량이 부족한 왕들에게 발생한다고 하여 ‘왕의 병’이라고 불렸던 질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이 및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하여 ‘대중의 병’이라고 할 만큼 흔해진 병이다.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대략 2%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남자에게 더 잘 생긴다. 최근에는 20대, 30대 젊은 층에서도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과 비만, 음주 등이 원인이다.

종식 씨는 30대 초반부터 이따금 회식 다음 날 엄지발가락의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한다. 병원에서 통풍이라 진단받고 몇 가지 약을 처방받았지만, 진통제를 먹으면 금방 가라앉길래 지금은 진통제를 상비하고 있다가 아프면 복용하곤 한다. 언제부턴가 과음한 다음에만 찾아오던 통증이 잦아지고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한두 차례 투약하면 낫던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운동을 조금만 해도 다시 아프다. 지인의 조언으로 내과를 찾은 종식 씨는 요산이 높아 ‘자이로릭’이라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직 30대 중반에 지병이 없는 종식 씨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2-3주가량 약을 먹다가 중단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엄지발가락이 다시 아파져 왔다.

이 질환은 굉장히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여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고 하여 ‘통풍’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통풍은 우리 몸속에 '요산'이라는 노폐물이 많아지며 관절, 연골 및 연한조직에 침착하여 발생하는 급성 염증성 관절염이다.

급성으로 발생하고 초기에는 약물 반응이 좋아 급성 질환으로만 알기 쉽지만, 통풍이 만성화가 되면 요산 결정체의 침착으로 관절의 손상, 변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결정체들은 신장에도 침착되어 신장결석,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통풍 환자에서 고요산혈증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통풍을 발작이 왔을 때만 잠시 치료하고 방치하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통풍 발작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술과 고기로 회식을 한 날 밤에 자다가 엄지발가락이나 발목이 너무 아파서 깨는 것이다. 엄지발가락이 뻘겋게 굉장히 부어있고 통증이 극심하여 발을 땅에 디디기 힘들 정도이다. 초기에는 이런 증상이 3~4일 이내 가라앉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하게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통풍은 1년 이내에 60% 이상의 환자에게서 재발하며, 2년 이내에는 대부분 재발하게 된다. 재발이 잦아지면 반복을 거듭할수록 통증의 정도도 심해지고 기간도 오래 지속 된다.

요산은 DNA 구성 성분인 퓨린(purine)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요산이 많아지는 원인은 첫 번째는 생성이 너무 많이 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생성이 증가하는 요인은 비만과 음주, 그리고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며, 배출이 잘 안 되는 경우는 대부분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이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6~18% 정도에서는 가족력이 있다고 보고된다. 음주, 무리한 다이어트, 약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통풍 발작 시에 요산이 높지 않은 경우도 1/3 정도 되기 때문에 발작 후에도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퓨린 함량이 많은 식품을 제한하면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육류나 맥주, 특히 동물의 간, 내장, 농축된 육수, 등푸른생선, 갑각류 등이 퓨린 고함량 식품으로 분류된다. 통풍 환자는 고기류 대신 우유나 달걀, 치즈 등으로 단백질 섭취를 대체하는 게 좋다. 하지만 엄격한 저퓨린 식이는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어려우며 기대만큼 요산 강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너무 엄격한 저퓨린 식이요법으로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단백질 섭취원으로 고기류보다 유제품의 비율을 높이는 습관을 들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와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식이, 그리고 금주를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 발작이 오면 우선 가급적 관절을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대개는 안정 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므로 항염증 약물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콜히친 등) 투약이 도움 된다. 때로는 국소 주사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급성 염증을 조절한 후에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식이,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혈중 요산 수치를 3~6mg/dL 유지해야 하는데 식습관, 생활 습관만으로 이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알로푸리놀 (allopurinol, 자이로릭정)’, ‘페북소스타트 (febuxostat, 페브릭정)’ 등의 요산강하제가 대표적인 약물이다. 알로푸리놀의 경우 드물게 피부 과민반응이 문제가 되며 페북소스타트는 간독성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알려진 약물 부작용의 위험성보다 투약을 소홀히 했을 때 장기적으로 관절변형, 신부전,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더 크기 때문에 주기적인 혈액검사와 함께 꾸준한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통풍은 급성 질환으로만 생각하면 큰코다치기 쉽다.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통풍의 궁극적인 치료 목적은 각종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통풍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대사 질환으로 잘 이해하자.
영등포병원 내과 2 조동후 과장

약•학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석사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외래 교수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진료 분야

-소화기 내과
-소화기 내시경
-통합진료

조동후 영등포병원 내과 2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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