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귀국자와 같은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
  • 입력날짜 2019-09-23 12: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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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신윤순] “아버지를 불러보지도 못하고 유복자로 어렵게 살아왔다”
“사할린 현지를 방문했으나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6만여 명은 매일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으며 해방 후 귀한 대상자를 일본 국적자로 명명하면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60여 년을 버려지고 잊힌 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 잔류 유족들이다.
사단법인 일제강점기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 잔류유족회 신윤순(75세) 회장(아래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에 생존해 있는 유족 1,000여 명은 먹고 사는 문제만큼이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할린 강제동원자 유족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윤순 회장은 3회에 걸쳐 전화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징용 가고 현재는 94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저희는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사할린 피해자 유족들에게 영구귀국자와 같은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며 법률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신윤순(75세) 회장의 목소리는 무척 격앙되어 있었다. 신 회장의 격앙된 목소리는 천천히 말씀해 달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이어졌다.

신 회장은 “1938년 4월 1일부터 강제동원법이 시행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에는 3년 계약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돌려 보내준다고 했지만 1943년에 억류되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신윤순 회장은 “이후 우리 한국 잔류 유족(아래 유족)들 대부분은 아버지를 불러보지도 못하고 유복자로 어렵게 살아왔다”고 전하고 “한국 정부는 우리(일제강점기 잔류 유족)에게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거듭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신 회장은 “오히려 사할린에서 살다가 영구 귀국한 사람들에게는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윤상현 의원 등이 발의한 사할린 강제동원자 유족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윤순 회장은 “우리 유족들의 나이가 70~80대 고령으로 자식들에 대한 교육 또한 제대로 시키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지원 대상(생존인)이 1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유족들의 지원을 위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합법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게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며 거듭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신 회장은 “우리가 정부에 큰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먹는 걱정을 덜어달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예산 타령만 하지 말고 제발 통과 시켜달라”고 호소했다.
신윤순 회장은 “6월 3일부터 8일까지 일제 피해자 지원 재단의 항공료 등의 지원에 힘입어 평생 처음으로 일곱 세대 10명이 사할린에 다녀왔다”며 “막상 가보니 어느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는지 몰라 그냥 가까운 공동묘지 입구에서 제사를 지내고 왔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러나 징용으로 끌려간 우리 아버지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돌아가셨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신 회장은 “한국 출신 기업인이 사할린에 강제로 징용되었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추모관을 만들어 위패를 모셔 놓은 것을 보고 다소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신윤순 회장은 “사할린 강제동원자 유족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사할린에 보관된 강제징용된 유가족 아버지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해방 이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다가 돌아가셨으며 어디에 묻혀있는지를 우리 정부가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며 법안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배경을 설명했다.

참고로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동원 된 한인은 태평양전쟁 종전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사할린에 남겨졌다. 현재 이들의 영주귀국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당시 강제동원 됐던 한인의 배우자 등 국내 가족들은 사할린에서 귀국하지 못한 이들의 생사마저도 확인하지 못한 채 고통의 세월을 지내왔다. 이 특별법안은 이러한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의 국내 유족에 대한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법안이 사할린 강제동원자 유족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이다.

신윤순 회장과의 인터뷰는 8월 23일, 24일과 9월 20일 등 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박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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