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쪼물왕국 “양평2동 사람들과 함께... ”
  • 입력날짜 2020-12-08 15: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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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도 이기는 사랑의 구충제"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 이인숙 원장(사진 가운데)과 아이들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 이인숙 원장(사진 가운데)과 아이들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 이인숙 원장이 조태상(김영주 국회의원 수석) 보좌관의 추천을 받아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구충제를 챙겨주고 있는 이미경님께 마음에 담아두었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사회복지 혹은 아동복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배고프고 정이 그리운 아이들이 눈에 밟혀 한명 두명 들여놓고, 밥 같이 먹고 놀아주고, 숙제를 봐주었던 공부방이 2005년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가 되었습니다.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가 있는 양평2동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지만,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의 쪼물왕국 뒷골목에는 아주 작은 상설 재래시장이 있었습니다. 송송 작은 구멍이 난 바구니에 각종 야채를 올려놓고 파시는 할머니와 나무 밑 동위에 생선이나 닭을 올려놓고 손질해서 파시는 아저씨. 어스름 저녁때가 되면 저는 시장에 나가 이분들에게 남들이 가져가지 않는 생선 머리와 닭 모가지 등을 얻어왔습니다.

젊은 아줌마가 제대로 요리할 줄 안다며 흔쾌히 주시다가도 또 어떤 날에는 이렇게 많은 걸 어디다 쓰느냐고 가끔 물어오더니, 언제부턴가 말없이 그냥 알아서 싸주셨습니다. 그리고 남는 밥을 얼려서 모았다 주는 식당 아주머니도 계시니 뭐라도 끓여 먹일 수 있어서 아이들의 배고픔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을과 함께 쪼물왕국이 길러낸 아이들은 잘 성장해 사회에 나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항해직 공무원이 된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가 실린 한겨레신문을 보고 ‘선생님의 제자 이○우 신문에 났습니다.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소식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전•마•전(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합니다)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쪼물왕국은 저 혼자 운영해 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양평2동 사람들, 그분들과 함께 당시 배고프고 정이 고픈 아이들을 잘 키워 낼 수 있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양평2동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재래시장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 쪼물왕국 선생님과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음을 써주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 중 2012년부터 지금까지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구충제를 챙겨주고 계시는 이미경님을 소개합니다.

독감이 유행했던 어느 해, 아이들과 함께 1년을 돌아보며 감사한 분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사랑의 구충제로 독감이 걸리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그 뒤로 우리는 '독감도 이기는 사랑의 구충제' 라고 이야기하며 웃습니다.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잊지 않고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주시는 이미경 님께 영등포시대 전•마•전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인숙(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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