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은 탄압의 대상인가?
  • 입력날짜 2022-12-14 11: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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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고 타협하는 현명한 정치를 바란다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동자는 단결하고 교섭하고 행동할 권리가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항 노동 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다. 헌법은 노동자 개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행동을 통해 해결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한 파업은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단체행동 방식 중 하나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으로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고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파업이다.

화물노동자들이 파업했다. 안전 운임제 일몰이 코앞인데 정부와 국회가 약속과 다르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 운임제란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공표하는 제도이다. 화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같은 것이다.
안전 운임제가 오는 12월 31일 폐지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파업 외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도로에서 죽지 않고,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라는 것이 파업 이유였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이 고임금 귀족노조라지만 현실은 1천만원이 조금 넘는 월매출에서 기름값, 통행료, 차량 할부금, 보험료, 소모품비, 지입료 등을 빼면 3백만원이 안 되니 하루 평균 14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 한꺼번에 많이 싣고 최대한 빨리 달려야 수입이 늘어나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하는 과로 상태에서 약 70%가 주 7일 또는 주 6일 일 하니 화물차들은 도로 위 시한폭탄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재개된 후 정부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 없이 ‘불법’ 운운하며 노동조합의 ‘백기 투항’을 요구했다. 업무개시명령, 행정처분, 경찰 수사, 공정거래위 조사, 기업의 손해배상 지원 등 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을 다 쓴 것 같다. 노동자들은 졸지에 경제위기 주범, 북 핵급 재난, 파렴치범이 되었다. 온갖 혐오성 말 폭탄이 쏟아졌다.

주요 언론은 파업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파업으로 생긴 불편함과 국가적 손실을 더 크게 다뤘다. 국민을 협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나팔수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모순이 일어나고 있었다. ‘업무개시명령’이 그것이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고 강조하면서 한편 ‘강제노동’을 시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가게 문 닫고 며칠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가게 문 열고 일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화물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대하고 있다.

파업하는 노동자를 죽여도 화물차 과적, 과속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화물연대 무릎 꿇린다고 화물차 사고로 1년에 700명씩 사망하는 국민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다.
화물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안전 운임제 확대는 생계 앞에 질주하는 화물차를 줄이고 안전한 도로를 만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인 것이다.

노동조합을 혐오하고 박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책상에 앉아 서류와 데이터만 가지고 답을 찾을 수도 없다. 역동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 현명한 정치이고 민주주의이다.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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