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주민 품으로 돌아온 당산골 문화의 거리
  • 입력날짜 2020-09-06 09: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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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가 환경을 바꾸고 환경이 세상을 바꾼다. 영등포구 당산로16길 당산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은 일명 나쁜카페 41개가 밀집한 곳으로 주택가 불법영업에 골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여성과 아이들은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다.

변화의 시작은 2018년 12월에 ‘당산골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면서부터였다. 당산골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왕래할 수 있는 밝은 거리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구는 우선 매각 예정인 건물과 폐업한 업소 3곳을 임대하여 ‘당산골 행복 곳간’ 1·2호점과 ‘당산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당산골 행복 곳간’에서는 전문 강사를 초빙해 주민 대상으로 베이커리, 손뜨개, 잼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당산 커뮤니티’에서는 주민회의, 소모임 등 소통 활동 공간을 대여해준다.

또한, 입구에 큰 나무와 귀여운 캐릭터 조형물이 있는 ‘책나무 마을도서관’과 현대적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한 ‘빛글, 공감 마을도서관’도 조성했다. 기존의 엄숙한 도서관 분위기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영등포구청, 당산동 건물주, 임차인 3자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을 체결하였다. 사업체의 임대료 상승을 방지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상권 활성화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역 청년과 사회적기업 또한 밝은 골목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작년 9월부터 문래창작촌 등 영등포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점포 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해주는 ‘아트테리어(아트+인테리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나쁜카페 자리에 청년 기업 ‘도자기 공방’이 입주해 독특한 디자인의 도자기를 판매하고 구민 대상으로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보노보씨를 시작으로 ▲㈜하이사이클 ▲㈜로모 ▲노느매기 사회적협동조합 ▲예술 치유품 사회적협동조합 ▲동네발전소 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들도 당산골 곳곳에 들어섰다. 그리고 ‘고당도 당산골 생활상권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여 매주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날’인 7월 1일 추진위와 간담회를 했는데 지역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가들의 당찬 포부를 들을 수 있었다.

추진위를 통해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당산골 곳곳에 ‘주민의견 수집 게시판’ 7개를 설치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과 ‘의류수거함’ 설치 등이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다. 다음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손수가게’ 2곳을 선정하여 가게 브랜딩, 메뉴 컨설팅, 인테리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주말에는 사전예약한 식당이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며 점심을 제공해주는 ‘토요밥상’이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알쓸사잡’도 개설해 당산골에서 활동 중인 주민과 기업·단체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동네 맛집 지도 배포, 친환경 1회용품 나눔, 소독 용품 지원 등의 활동과 함께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는 가게 10곳을 ‘믿음가게’로 선정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구와 주민, 상인들의 상생과 노력으로 나쁜 카페가 주민커뮤니티 공간, 청년창업, 예술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앞으로도 여성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밝은 거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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