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김영주] “영등포 쪽방촌에 희망의 바람이”
  • 입력날짜 2020-08-25 15: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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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김영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서울시는 2015년 영등포를 서울 3대 도심으로 지정했다. 영등포에서도 영등포역 일대는 핵심상권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센터가 한데 몰려 있고 각종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핵심 상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조명이 이곳저곳에서 불을 밝히고, 거리는 북적대는 사람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이곳에서 몇 걸음만 내딛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모습의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려한 도심 속에 위치해 있어 쪽방촌의 열악한 환경이 더욱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등포에 쪽방촌이 들어선 지 50년이 지났다. 노후화된 무허가 건물에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는 쪽방은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화재 사고, 붕괴 사고뿐만 아니라 위생 문제도 매우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쪽방 주민들은 주로 일용직 노동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으로 1인 단독 가구가 대부분이어서 고독사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주거권을 보장받아야 함에도 쪽방 주민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적정 주거지에서 지내면서도 그들은 오랫동안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로 소외되어 왔다. 무더운 여름. 오늘도 여전히 쪽방 주민들은 몸을 겨우 눕힐 수 있을만한 1평 남짓한 방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아주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동안 영등포구청 서울시 등과 오랜 기간 쪽방 주민들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왔고 중앙정부와도 대책 방안을 모색해왔다.

오랜 논의 끝에 수십년간 방치됐던 영등포 쪽방촌에 주상 복합타운 건립이 확정됐다. 드디어 영등포 쪽방촌에 희망의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올해 1월 20일 국토교통부, 서울시, 영등포구, LH 공사, SH공사가 공동으로‘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50년 숙원사업이었던 영등포 쪽방촌이 개발되어, 영구임대주택, 행복주택, 40층 주상 복합타운이 들어서게 된다. 어린이집, 주민복지센터, 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쪽방촌 개발 사업은 주로 강제 철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쪽방 주민들이 쫒겨나는 신세였으며, 더 많은 월세를 내야 하는 곳으로 가야 하거나 거리를 전전긍긍하며 노숙자로 전락하는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등포 쪽방촌 개선 사업은 기존 개발 사업과 달리 쪽방 주민들에 대한 강제퇴거와 같은 주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의 경우 세입자에게 이주비 정도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영등포 쪽방촌 개선 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이 적용되면서, 향후 들어설 예정인 영구임대주택에 쪽방 주민들이 모두 재입주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던 쪽방 주민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영등포 쪽방촌 개선 사업은 쪽방 주민들이 개발 사업 이후 현 거주지에서 쫒겨나지 않고 재정착하는 우리나라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 및 주거불안 문제는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 사회문제 중 하나다. 영등포 쪽방촌 개선 사업이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포용국가로 나아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김영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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