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구 사설]조성구 눈물이 모의심판과 법대 교재로
  • 입력날짜 2014-02-18 07: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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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검문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주)’ 대표이사
2010년 8월,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검문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주)’ 대표이사
“우리는 등수에 드는 건 관심 없습니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이 겪어야 했던 불공정하면서 부도덕한, 그리고 파렴치하기까지 했던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전한 상거래 질서 확립을 위하여 매년 예비 법조인들의 대상으로 ‘대학생 모의심판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제 5회 ‘대학생 모의심판 경연대회’는 2006년 5월 23일부터 24일 까지 과천 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개최되었는데, 순천향 대학교 법대 동아리 학생들은 얼라이언스시스템 사례를 주제로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순천향 대학교 법대 동아리 학생들은 삼성SDS가 얼라이언스시스템에 대하여 불공정한 불법행위를 하는데도 선배 법조인들이 방관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실망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동아리 회장은 나에게 다양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희가요, 얼라이언스시스템 건을 안 다루고 다른 사례를 채택한다면 일등 할 자신이 있어요,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 사건을 채택한 순간, 우리는 일등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일등이 아니라 아니 삼등도 못할 것 같네요. 어쩌면 등수 안에 들지도 못할 겁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순위에도 들지 못할 경연을 왜 하려 하는지를 물었다. 동아리 회장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등수에 드는 건 관심 없습니다. 얼라이언스시스템이 겪어야 했던 불공정하면서 부도덕한, 그리고 파렴치하기까지 했던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 순간 나는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는 삼성의 편을 들어주는 사례를 채택한다면 순위에 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대학생 모의심판 경연대회’가 열리는 과천 시민회관 소극장을 직접 방문해서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동아리 팀이 경연하는 모습을 참관하였다. 삼성SDS는 ‘놀부시스템’으로, 얼라이언스시스템은 ‘흥부소프트’로 이름을 바꾸어 모의심판이 진행됐다. 동아리 학생들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했던 얼라이언스시스템 사건에 대해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39억16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순위에 들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객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순천향 대학교 법학과 동아리 팀이 준비도 알차게 했고 경연도 제일 잘 한 것 같았다. 당시 심사위원들도 순천향 대학교 동아리 학생들을 극찬하였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 삼성과 검찰의 부조리를 알리고 바로잡겠다.”는 그들의 때 묻지 순수함이 돋보이는 자리였다.
 
이 내용은 IT 전문 매체인 <아이뉴스 24>가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였고, 순천향 대학교 법대 동아리 학생들이 경연하는 모습을 담아 2006년 5월 24일 내 사진과 함께 상세히 보도하였다.
 
나는 또, 우연찮게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다. 평소 열대어 동호회 활동으로 알고 지내던 수족관 사장님이 전해준 이야기다. 자신의 조카가 서울대학교 법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놀란 점은, 조카는 검찰수사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라고 물으니,
 
얼라이언스시스템 사건이 석사과정의 연구 과제로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법을 떠나서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사례라는 것이다. 법을 공부하는 예비 법조인 입장에서도 내 사례는 연구대상이 된 것이다. 이 나라 기성법조인들은 예비법조인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조성구
1989.03~1995.02 한국컴퓨터(주) 근무
1997.05~2005.11 얼라이언스시스템(주) 대표이사
2005.03~2006.02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이사
2006.04~현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
2007.09~현재 시사IN 사회부 자문위원

조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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