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구 관광 활성화...구의원 82%가 해외 출장 다녀올 시급한 사안?
  • 입력날짜 2023-05-23 08:28:33
    • 기사보내기 
혈세가 펑펑 낭비되는 구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지금 당장 멈추기를”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지난 3월 8일 합천군에 큰 산불이 나 며칠 동안 축구장 230개 면적이 탔다. 합천 군의원들은 산불 발생 다음 날인 9일부터 8박 9일간 호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농민들과 시민단체는 “당장 해외연수를 중단하고 복귀하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의회는 3개월 전부터 계획한 연수라 취소했을 경우 위약금을 100% 물어 예산 낭비가 되는 상황이라며 연수를 강행했다.

합천군의회 주장대로 연수를 취소하면 심각한 예산 낭비가 발생한다. 합천군의회 회의자료를 찾아보니 약 4,000만원의 예산으로 계획된 연수였다. 연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며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애초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예산 낭비가 아닌가? 호주의 동물원, 시장, 농장 등을 견학하는 것이 축구장 230개 면적을 태운 산불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오래전부터 외유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코로나19가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잠잠했던 의원들 해외연수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논란이 된 몇 곳의 연수자료를 찾아보니 의원 2~3명을 제외하고 사실상 의회 전체가 일주일에서 열흘 가까이 자리를 비우는 데다 세비 사용액이 크고 관광인지 연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방문지들로 일정이 채워져 있다.

영등포구의회도 27쪽짜리 공무 국외 출장 계획서를 제출했고 이미 심의가 끝났다고 한다.
계획서 첫머리에 ‘국제도시의 다양한 정책과 문화시설을 견학하여 문화재 관리, 교통안전, 도시재생사업 등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구정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국외연수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되어 있다. 일정은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8일간이고 방문 국가는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이다. 체코의 프라하 1구역, 관광 정보센터, 교통안전 체험기관, 체스키크룸로프성 정원 등을 방문하고 폴란드에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크라쿠프 도서관, 비엘리치카 소금 광산 등을 방문, 오스트리아에서는 가소메터시티, 쉔브룬 궁전 등을 방문한다.

예산이 놀랍다. 1인당 약 400만원 총 7,900만원의 세비를 사용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임금노동자 평균 월급은 세전 기준 333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급이 세전 201만원이니 40명이 한 달 일해서 버는 돈을 영등포구의회가 단번에 해외에서 쓰고 오는 것이다. 대학 1학기 등록금이 약 400만원,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해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들 생각까지 미치고 나니 아찔했다.

그렇다고 정책입안자들의 해외연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등포구 관광 활성화 정책 마련이 구의원 82%가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인지 묻고 싶다. 영등포구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적고 지역 내 자전거 도로가 부족한 이유를 정말 모르는 것인지, 해외 현지 시찰을 다녀오면 구의회 전체가 힘 합쳐 친환경 자전거 도시를 만들 구상인지 묻고 싶다. 올해 예산삭감으로 도시재생사업과 도서관 프로그램이 축소되었는데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선진지를 다녀오면 다시 예산이 생겨나는 것인지 묻고 싶다.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경기침체라고 한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서민들 삶이 어느 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해외 출장 프로그램과 예산을 구민들이 납득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무 국외 출장 계획서를 지역구 유권자들이 심사・결정했다면 승인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가?
혈세가 펑펑 낭비되는 해외연수임이 자명하다. 관광지 돌다 끝나고 보고서 한 장으로 마무리될 해외 출장이라면 지금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 염치가 있다면, 출국하지 말아야 한다.

이윤진(진보당 영등포구위원장)
<저작권자 ⓒ 영등포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