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졸중은 한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병은 아니다”
  • 입력날짜 2021-11-23 1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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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병원 신경과장 김율희
영등포병원 신경과장 김율희
예전의 60대는 몸이 노쇠하여 은퇴를 앞둔 나이였으나, 이제 65세라는 나이는 은퇴하기에 너무나 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건강검진으로 발견되는 병은 조기 치료를 가능하게 하여, 암에 걸려도 생존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바야흐로 백세 시대이다.

2020년의 60대는 1900년대의 60대와 다르다. 정정하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허리가 꼿꼿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즐거운 일을 생각한다.

그러나 고령으로 접어들수록 모두가 두려워하는 병이 있다면, 바로 뇌졸중일 것이다. 예로부터 갑자기 한쪽 팔다리를 쓸 수 없게 되면 풍 맞았다고 했고, 마비가 오면 되돌릴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병에 걸린 본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못 볼 꼴을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사람들은 거동을 못 하는 상황이나 치매라는 두려운 상황이 제발 본인에게 오지 않기를 바라고, 보험에 가입하기도 한다. 뇌졸중에 대한 한국인의 두려움은 그만큼 그 정도가 크다.

하지만 알고 보면 뇌졸중은 한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병은 아니다. 오히려 경미 하게 올경우 뇌졸중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고 한층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아등바등 사느라 방치했던 내 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 뇌졸중이 와도 조기에 충분한 수액 공급과 적절한 혈액 수치 조절 및 조기 재활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신경과에 오는 뇌졸중 환자분들을 보면서, 뇌졸중의 무서움도 알게 되었지만, 희망도 배울 수 있었다. 갖가지 급성기 치료와 재활치료는 그 무서운 뇌졸중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현대 의학의 승리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 있다. 두 경우 모두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서 갑작스럽게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감기나 복통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새로운 증세를 느끼게 되며, 감각마비를 수반하기도 하고, 언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생각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물론 두통이나 어지럼증, 의식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증세를 느꼈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 환자분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대화할 수 없는 증세가 발생했는데, 물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입을 벌려도 언어가 나오지 않았다. 10분 후 그 증세는 씻은 듯이 사라져, 다시 식사를 끝내고 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날 더 크게 증세가 발생해 병원에 내원하였다. 이렇듯 증세는 이상하고 처음 겪는 양상으로 찾아올 수 있는데, 이럴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병원에 내원하여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는 것이 더 큰 합병증을 막는 방법이다.

처음 느끼는 이러한 설명되지 않는 증세가 발생했을 때,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뇌졸중과 유사한 다른 질환을 찾기 위해서다. 새로운 증세를 느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뇌졸중이 아닌 다른 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한 환자분은 갑작스럽게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 증세와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이런 경우 신경학적 진찰과 어지럼증 검사 및 머리 MRI 결과 뇌졸중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초성 현훈(어지럼 증)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어지럼은 대부분의 양상이 비슷하고 구분이 쉽지 않아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 다른 뇌졸중과 유사한 증세 중에는 팔다리의 마비 증세가 있다.

어떤 환자분은 한쪽 손바닥의 감각 저하 및 저림 증세로 내원하였으나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 결과 수근관증후군이라는 말초신경질환으로 판명나 이에 합당한 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환자분은 한쪽 팔 전체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여 내원하였고, 뇌졸중이 아닌 경추 추간판질환과 척수신경병증이 확인되어 수술치료를 받았다. 뇌졸중이 아니어도 즉각 치료를 해야하는 다른 병일 수가 있으므로, 증상을 느꼈을 때 방치하지 말고 꼭 병원에 내원하시길 바란다.

뇌졸중의 중증도는 다양하다. 뇌졸중이 오는 순간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도 있지만, 경미한 정도에서 중등도의 마비에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재활치료에 의해 한번 온 증세를 최대한 호전시킬 수 있다. 재활치료는 3개월에서 6개월, 필요하면 1년 넘어서까지도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증상이 발생한 후에도 아주 비관적인 것은 아니며, 실제로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은 정도까지 좋아지는 분도 꽤 본다.

물론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뇌졸중이 왔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이제 다 좋아졌는데 약 그만 먹으면 안 되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 번 뇌졸중이 온 것은, 특히 뇌경색의 경우 추후 다른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 소인이 된다. 한마디로 뇌졸중이 왔던 사람은 다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지속해서 뇌혈관 관리를 해 줘야만 한다.

이러한 뇌혈관 관리 중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혈압 조절, 당뇨 조절, 금연, 고지혈증 조절, 그리고 과음 금지가 있다. 이와 같은 소인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당 수치, 고지혈증 수치, 빈혈 수치 등을 건강하게 조절함으로써 다시 올 뇌졸중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특히나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복용함은 물론, 자주 병원에 오셔서 추적검사를 받으시라고 말씀드린다.

특히 금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종 중한 병들의 강력한 유발인자가 바로 흡연이기 때문이다. 흡연은 발암물질인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또한 동맥경화의 주범이기 때문에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한 햇수가 길수록 더 위험하다. 실제로 뇌졸중이 발생하는 환자분들 중에 흡연자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뇌졸중이 발생하고 나서도 흡연을 지속하기도 한다.

그런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금연이 어렵다는 것은 필자도 그간의 환자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금연을 도와주는 약과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같은 의료선진국에서 금연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금연이라는 것은 성공하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성공하신 환자분들도 많이 있다.
영등포병원 신경과장 김율희
영등포병원 신경과장 김율희
약력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림대학교 신경과 석사
-연세대학교 신경과 임상조교수∙외래교수
-고려대학교 신경과 임상조교수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대한 임상 신경생리학회 정회원
대한 통증 자율신경학회 정회원


전문분야

-손발 저림, 두통, 어지럼증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근무력증, 안면 마비, 말초 신경병
-뇌전증

김율희(영등포병원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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