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시장님, ‘서울런 사업’, 취지는 좋지만 방법이 틀렸습니다!
  • 입력날짜 2021-07-13 10: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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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오세훈 시장이 의욕을 보이는 이른바 ‘서울런 사업’, 그 취지와 목적은 참 좋다. 코로나19로 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외면해도 그만인 서울시장이 솔직히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고 특히 애정 어린 시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의 부진한 성적을 높여보겠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크게 환영하며 박수를 보낸다. 다만 그 방법이 교육적이지 않고 올바르지도 못하며 단언컨대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다.

‘서울런’은 소득계층 간 교육비 격차 심화 및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저소득층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구축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1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강사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EBS, 서울시교육청 e학습터, 서울시 평생교육포털 등 유사 학습콘텐츠가 이미 구축·제작·보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각종 포털을 통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학습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홍수의 시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서울시가 앞장서 국민 혈세인 세금으로 사교육을 부추기고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일을 추진하기에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난 2일 서울시의회는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58억원 중 22억원을 삭감해 ‘서울런’ 예산으로 36억원을 통과시켰다.

이에 지난 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을바꾸는새힘, 서교협 등 34개 교육 시민단체는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고,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을 만나 ‘서울런’ 사업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함과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교육평생 국장, 과장 등을 먼저 만나면 어떻겠냐는 역제안을 해왔고, 그래서 오는 15일에 교육 시민단체 대표들과 서울시 관계자들과 1차 만남이 예정돼있다.

서울시장이 사교육업자와 손잡고 혈세로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겠다?

‘서울런’ 사업은 우선 실효성 측면에서 꽝이다. 학력 저하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겪는 진짜 문제는 학습콘텐츠의 부재가 아니라 학습 공백에 관한 정확한 지원을 해줄 조력자의 부재이다. 따라서 어디서 어떻게 학습 공백이 생겼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결과에 알맞은 학습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주느냐가 학력 저하를 해결하는 열쇠다. 이것은 온라인 교육플랫폼에 인강을 탑재하고 무료수강권을 주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습에서 소외되고 고립되었지만 도움을 받을 곳이 없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직접 찾아가서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 공백을 진단, 그 공백이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 이루어야 할 학업성취에 도달하도록 주도면밀한 맞춤형 학습지원을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부터 학습 공백이 누적되어, 기초실력이 부족한 중•고등학생의 경우라면 인터넷강의 수강권을 준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학습 공백 시점을 정확히 찾아내 거기서부터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사교육업자가 접근해 이런 생뚱맞은 정책을 내놓았는지는 몰라도, “서울시장이 사교육업자와 손을 잡고 시민 혈세로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겠다?”이건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서울런’ 사업은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 사업계획을 보면 교육콘텐츠와 관련해 ‘민간 유명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명 ‘저소득층 일타강사 인강 제공 사업’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사교육 업체가 제작한 콘텐츠를 공적 영역인 지자체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경우 사교육 업계의 직간접적인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뜩이나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이 사회적 이슈인 상황에서 지자체의 플렛폼에서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사교육 조장 행위로 보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수업의 보완재 역할로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사교육 업계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공공기관이 나서서 공교육의 무능을 자인하는 꼴로 비춰질 게 뻔하다. 비슷한 예로 과거 EBS 인터넷 강의 강사로 학원 강사를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공공성 훼손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고, 현재에는 역량 있는 학교 선생님들이 EBS 강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비추어볼 때 ‘서울런’의 사업 방향은 시대착오적인 행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러한 까닭으로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이번 예산을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에 사용하되 그 사업계획을 교육적이고, 바람직하며,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수정해 달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교육청과 긴밀하게 협력해 지원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라는 사업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일은 경제적 이유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습 공백이 누적된 학생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학습에서 소외되는 환경에 노출된 학생의 규모는 물론이고 처한 환경에 대한 데이터, 통계수치도 없이 지원 대책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지자체·교육청·단위학교가 협업해 지원 대상의 규모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체계가 더 촘촘하게 구축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지원 대상과 규모가 결정된다면 이들이 겪고 있는 기초학력 미달이나 학습 공백 문제를 진단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 혹은 전문가에 준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기초학력이 낮거나 학습공백이 발생한 학생들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학습에서 소외되어 왔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습 동기를 강화해 주고 실제적인 학습 방법과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등의 세심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 같은 지원은 온라인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협력해 이 일을 할 수 있는 ‘2030 학습 도우미’를 모집해 지원한다든지,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교사 학습지원 자원봉사’를 추진한다든지, 교사자격증 소지한 인력을 활용한 학습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도움을 원하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지원인력을 매칭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이다. 즉 인터넷 강의가 아닌 학습지원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학부모와 일정 자격 수준에 도달한 학습 지원 인력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온라인 교육콘텐츠 플랫폼 구축보다 훨씬 실효성 높은 방안이 될 것이다. 학습지원도 1:1 가정방문 개별학습, 또는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상황에 맞게 소수 그룹 과외 형식 등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병행하면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다.

교육을 바라보는 진보, 보수 인사들의 확연한 시각차

경험상 진보와 보수 인사들이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자사고,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보듯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은 힘만 생기면 의욕만 앞서 어떻게든 교육을 경제 논리, 정치 논리로 접근해 교육을 도구화하거나 학교를 시장화하려 안간힘 쓰는 경향이 있다. 오 시장의 ‘서울런’ 사업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재이기에 민자 사업하듯 하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으라고, 즉 ‘비정상의 정상화’ 이뤄내라고, 교육 논리와 교육적 안목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민주, 진보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집권하게 하면 진보교육감들과 촛불 정부는 교육개혁은 지지율에 별 도움 안 된다며 '혁신 모드' 아닌 '관리 모드'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명박 시장과 달리 오세훈 시장이 부유층 학생이 아닌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관심 가져준 것은 환호할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MB는 고교 다양화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결국 고교서열화만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국제중,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우리나라는 소위 경쟁에서 이긴 우수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그들을 우대한다. 그래서 모두 일등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달음박질한다. 그러나 토니 웨그너 박사가 “성취도 격차나 학습 부진 학생이 없는 학교가 있는 나라”로 핀란드를 손꼽은 것처럼, 실제로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이 아이가 왜 뒤떨어질까 원인을 분석하여, 선생님과 학교와 지자체와 국가가 나서 그 아이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자가 직접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 가서 직접 보니, 공부 못한다고 죄인처럼 기죽어 사는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달리, 공부 못해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북유럽 아이들을 보면서, 솔직히 흐르는 눈물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북유럽과 같은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오세훈 시장이 정말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라면 사 교육자와 손잡고 교육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교육선진국 핀란드가 하는 것처럼 더 교육적이고 바람직하며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학습 부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사족처럼 하나만 덧붙인다면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제발 이상한 외국용어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울런’이라는 이름도 필자가 교육의원 시절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위반이다.

김형태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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