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중규 칼럼-시대유감]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시작해 “애지중지현지”로 끝난 국정감사
  • 입력날짜 2025-11-11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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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점검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 되살리는 국정감사 정상화 필요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F 학점 낙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를 향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며 내린 평가다. 더 안타까운 점은 국감 성적이 지난해 ‘D 학점’, 재작년 ‘C 학점’으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정치의 수준 그 질적 저하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리라.

이번 국정감사는 “조요토미 희대요시”와 “애지중지현지”로 팡파르 울려 심상찮겠다 싶더니, “양자역학”과 “안구 실핏줄, 귀 먹먹”을 돌아 다시 “끝내 불출석” 김현지로 마무리될 때까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국감이 시작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시종일관 뉴스의 중심에 섰었다.

언론에서 매일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을 상임위원회 별로 선정해 발표했지만, 거기 가장 우수 성적을 받은 국회의원과 국민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국회의원 곧 ‘국감 스타’는 당연히 일치하지 않았다. 그것은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대치 전선이 국감장에서도 여야 공방 속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그럴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국감장은 정책 점검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대로 피감기관을 향한 국감 자체보단 여야 의원 사이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본말전도의 현장이었다. 이 전쟁의 최전선 상임위가 국감 내내 정쟁으로 얼룩졌던 최민희 위원장의 과방위와 추미애 위원장의 법사위였다.

그것은 국정감사NGO모니터단 보고서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국감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각 상임위 국감 중 위원장의 발언·질의 시간이 의원들의 평균 질의 시간보다 3배 이상 많았던 국감장이 8곳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곧 법사위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과방위 2곳, 국토위 산자위가 각각 1곳이었다.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경우 “국감 전체 일정 중 10% 이상 마이크를 점유하고 있었다”는데, 이는 피감기관과 증인과 참고인 향한 질의 주체자인 상임위 의원들보다 위원장이 국감 현장을 주도했다는 것으로 독단적 국감 운영 그 파행을 드러낸 경우라 아니할 수 없다.

마침 지난 11월 5일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공생지능의 시대(The Era of Symbiotic Intelligence)’를 주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5’에 참석했었다. ‘공생지능’이란 이제껏 인간의 언어와 사고, 감정을 모방하고 학습하던 AI가 이제 스스로 창작하고 판단하는 단계에까지 발전한 이 ‘AI 시대’에 창의성과 직관을 지닌 인간과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연산 능력을 지닌 AI가 서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을 반복해 더 큰 지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정치에 몸담은 필자에게는 그날 그 자리가 AI와도 함께 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공생지능’이 논의되고 있는 이 시대에 적대적 진영 정치의 늪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르는 우리 정치는 언제쯤 공생의 정신을 지닐 것인가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내내 남는 시간이었다.
올해 국감은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고 평가했듯이 어찌하여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을까. 근본 원인이야 우리 정치의 폐단 그 뿌리인 적대적 진영정치에 있는 것이지만, 단기적 원인으론 내년 6월 3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의원들 입장에선 우선 공천에서 생존해야 하고, 그를 위해 언론이나 당원들께 주목받아야 하니 강경 돌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쇼츠’ 경쟁이 불었던 이유도 그러했다.

욕설과 고성, 인신공격이 난무하며 정치권과 나라 전체를 열병 앓게 했던 국정감사도 이제 끝났다. 다시금 ‘우리의 정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보다 나은 사회를 낳을 책임과 의무를 정치인들은 과연 잊지 않고 있는가. 정책 점검과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 취지를 되살리는 국정감사의 정상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정중규 대한민국 국가 원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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